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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싶었던 소식들 -

이동진이 추천하는 외국 공포영화 5선

by ⓓ ̄ⓑⅤ 2023. 1. 25.

디센트(2005)

 

닐 마샬이 연출한 2005년 영국 호러 영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지만, 별개의 작품이다.

감독의 전작인 '고립된 산속에서 늑대인간 무리에게 공격받는 군인들 이야기'를 그린 "도그 솔져스"(2002)와 비슷한 콘셉트로, '고립된 땅 속에서 뭔지 모를 괴물들에게 공격받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제한된 등장인물과 배경으로 서스펜스를 뽑아낼 수 있는 타입의 설정이다 보니 일부러 재탕한 게 아닌가 싶다. 덕분에 350만 달러의 저렴한 제작비로 교묘하게 싼티 안 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고, 6명의 여자들이 겪는 폐소공포와 미지의 괴물의 압박적인 위협을 실감 나게 묘사해서 비평과 흥행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약 5,700만 달러.

이 영화의 성공 요인으로는 1. 현실감 있는 캐릭터 묘사와 연기로 등장인물의 감정이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 2. "괴물"의 디자인, 행태, 극 중 노출 정도가 적정하게 조절되어 있어 실감 나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3.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선적이지도 않고 부자연스럽게 비약하지도 않는다. 의 3가지가 주로 꼽힌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비슷한 소재의 동굴 호러 영화 케이브는 3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얄팍한 캐릭터 묘사와 클리셰 남발로 흥행과 비평에서 참패해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도그 솔져스에 이어 디센트로 극찬을 받으며 주목받는 신예 감독이 된 닐 마샬은 이후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2008)와 센츄리온(2010)을 만들었는데, 흥행과 비평 모두 시원찮은 성적을 거두며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두 작품 모두 호러가 아닌데, 사실 호러 감독으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게 싫어서 디센트도 원래 안 찍으려고 했었다고. 2012년에는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S02E09인 "Blackwater"를 감독하기도 했다.

툼레이더 리부트에서 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28일 후(2002)

 

28 Days Later. 대니 보일의 2002년 영국 호러 영화. 분노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사태를 다루고 있다. 킬리언 머피, 나오미 해리스 주연.

800만 달러 제작비로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지만, 교묘하면서도 효과적인 연출을 보여줬다. 필름이 아닌 DV 카메라인 캐논 XL1로 촬영했으며 때문에 화질이 그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 치고는 영 좋지 못하다. 반면 그러한 거친 화질 탓에 이 영화에 사실적인 아우라를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엔딩 부분은 35mm 필름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화질이 갑자기 깔끔해져 분위기가 대비된다.

요즘도 가끔 케이블 TV에서 방영해 주긴 하는데, 옛날 브라운관 티브이로 보는 듯한 화질이 인상적이다. 블루레이도 보정 작업이야 했겠지만 원본 촬영분 자체가 576i인 데다 캐논 XL1 자체가 98년도 모델임을 감안해도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보니 영화 엔딩 부분만 빼면 DVD 립버전인가 싶은 수준의 화질이다.

텅 빈 도심이나 도로 장면들은 합성이나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에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찍어야 했다. 그럼에도 세련된 장면 기법,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조지 A. 로메로의 시체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와 뻔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 등에 힘입어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크게 성공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난 현시점에서 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고 몰입감이 좋다. 전 세계 총수익은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8,200만 달러에 달하며, 2000년대 이후 최고의 호러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새벽의 저주와 더불어 현대 좀비물의 모범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호러 영화가 메타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더 그렇다.



캐빈 인 더 우즈(2011)

 

전체적으로 호러 영화팬들을 위한 커다란 장난감 같은 영화로, 스크림처럼 슬래셔 영화 기반의 메타 픽션적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클리셰를 변주하면서 오컬트, SF, 좀비 등의 서브 장르를 스토리에 잘 끼워 넣고 음모론으로 통합함으로써 토털 패키지 같은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상당한 찬사를 받았고, 로튼토마토 92%, 메타크리틱 72점으로 평론 쪽 반응도 상당히 좋다.

다만 흥행 성적은 6,600만 달러인데 제작비가 3,000만 달러로 호러 영화치고는 꽤 많이 들어간 편이라 대박 흥행이라고 하기에 좀 미묘하지만 평타 이상은 해냈다고 할 수는 있다. 한국에서는 수입 후 개봉이 미뤄지다가 어벤저스가 대히트를 치자 그 여세를 업고 개봉이 됐다. 흥행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게 상당히 밀렸다.

출연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시고니 위버가 상징적인 조연으로 나오며,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의 루트 역을 맡은 에이미 에커가 화학부 과학자로 나온다. 단란한? 좀비 가족 중 딸 좀비는 사일런트 힐, 케이스 39 등을 통해 호러 영화계의 귀염둥이라 불리는 조델 퍼렌 들어가 연기했다.

엔딩 크레디트에 사용된 삽입곡은 나인 인치 네일스의 'Last'.


유전(2018)

벽에 뭔가 붙어있음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평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평점도 0점과 10점이 오가며 5점 언저리에서 엎치락뒤치락했는데, 일반적인 호러 영화와는 궤가 다르기 때문이다. 점프 스케어와 같이 관객을 직접적으로 놀라게 하는 효과는 적고, 음산함과 불쾌함으로 서서히 조여 오는 영화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2010년대 호러물의 빠르고 즉각적인 전개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카메라 움직임이 느려서 답답하고 지루할 수 있다.

스토리적으로도 모호한 면이 많은데, 이 또한 명료함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불호할 요소이다. 할머니가 불쾌하고 기이한 행동을 하고, 애니의 몽유병 증상 때문에 가족 간 관계가 파탄 났음은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도대체 왜 여자아이의 이름을 찰리라고 짓고 피터를 납치하는 등 이상한 짓을 했는지, 찰리가 왜 동물들의 머리를 모았는지, 왜 조앤의 집엔 피터의 사진이 있고, 외할머니 방에 있던 문양을 왜 조앤도 자기 방에 그려두었는지, 조앤은 제정신인 피터에게 왜 너를 추방하겠다고 외치는지, 종종 등장하는 (사실은 파이몬의 상징이었던) 문양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등, 메인 스토리 떡밥들의 핵심들을 은유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전달해 주는 장면이 적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굉장히 불친절하고 지루한 영화로 다가올 수 있다. 심지어 관객에 따라서 스토리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느림과 모호함 자체가 이 영화가 추구한 지향점이자 결정체다. 장단점의 구분이 아니라, 취향상 누구에게는 끝까지 별로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최근 몇 년간 최고의 호러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드래그 미 투 헬(2009)

샘 레이미의 2009년 호러 영화. 각본은 영화를 제작하기 10년 전에 이미 형 아이반과 함께 구체적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호러 영화인데 코믹한 부분도 많다. 특히 초반에 크리스틴과 할머니가 차 안에서 벌이는 황당한 싸움은 심각한 상황인데도 괴짜가족을 연상케 할 정도로 웃기게 만들었다.

저주를 소재로 한 오컬트 계열의 영화다.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아기자기한 고전적인 호러이므로 환상특급 에피소드 한편 보는 기분으로 보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로, 샘 레이미의 팬들에게는 이블 데드 같은 초창기의 레이미식 호러 영화들이 생각난다는 평을 받았다.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온 셈이다.

서양 호러치고는 크게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이 없기 때문에 PG-13 등급을 받았고, 고어에 내성이 없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제작비의 세 배라는 나름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었고, 2009 스크림 어워즈와 2010 새턴 어워즈에서 최우수 호러 영화상을 받았고, 로튼토마토 92%, 메타크리틱 83점으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호러 장르의 평가가 일반적으로 낮음을 생각하면 대단한 것이다. 2009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은 원래 엘리엇 페이지가 하기로 했으나, 스케줄 문제로 앨리슨 로먼이 대신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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